[이슈]세무사회 ‘공익회비’ 징수 정당한가?日 최고재판소 “기부위한 특별회비 징수 무효”

[이슈]세무사회 ‘공익회비’ 징수 정당한가? 日 최고재판소 “기부위한 특별회비 징수 무효”: ‘회원’이라는 이유로 특별회비 강제는 잘못…'판결'
세무사계 일각, 자발성 무시 강제한 ‘공익회비’ 폐지돼야; 2015.12.16 10:10 입력 | 2015.12.16 10:14 수정

조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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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align="absMiddle" src="http://josetongsin.com/PEG/14500813215010.jpg" width="267"></td></tr></tbody></table>요즘 세무사계에 ‘공익회비’ 강제 납부의 정당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무사회의 고유목적과 거리가 있는 공익재단에 왜 의무적으로 회비를 내야 하느냐는 거부심리가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세무사회공익재단 유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정구정 전 회장은 회원들에게 ‘공익재단 이사장 직책을 새로 선출되는 세무사회장에게 이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달 30일 공익재단 이사회에서 이 약속이 뒤집어지자 다시 재연(再燃)되고 있다.

 
회원 각자가 자주적 의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할 기부와 공익활동에 ‘회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특별회비의 성격으로 강제한 것은 잘못됐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세무사회공익재단은 출발부터 말이 많았던 사업이다. 사무소 경영상태가 빠듯한 회원들로부터 재원 염출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능 기부'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재능 기부가 조세전문가 단체인 세무사회의 이미지에도 부합될 뿐만 아니라, 납세자 중심에 세무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명분론이 우세했다.   

 
여기에다 1996 일본 최고재판소가 “정치단체 기부를 위해 일본 세리사회가 회원들에게 의무화한 특별회비 징수는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한 사실이 최근 전해지면서 세무사회의 ‘공익회비’에 대해서도 징수무효 소송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공익회비 4만원 신설…‘회비폭탄’ 아닌가 

세무사회는 2012.4.30 정기총회에서 공익회비 신설(안)을 상정해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총회에 참석한 다수 회원들이 공익회비 신설을 반대했으나 당시 정구정 집행부는 이를 밀어붙였고, 이후 많은 회원들은 공익회비 납부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등 후유증이 지속돼 왔다.

 
총회에서 세무사회는 “공익활동 및 공익사업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공익회비 신설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셈은 이듬해 설립되는 세무사회 공익재단의 안정적인 사업비 확보에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회원 1인당 연 4만원을 납부토록 하는 공익회계가 신설된 것을 보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 한다. 회원 1만 명을 기준할 때 연간 4억 원 규모다. 

 
당시 세무사회는 매년 회원들이 부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성금(어려운 이웃돕기 성금 등)등을 공익회비로 전환, 연 2회(매회 2만원) 납부토록 함으로써 수차례 성금모금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설 이유를 홍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무사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시 많은 회원들은 ‘봉사’와 ‘기부’는 회원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의무회비’ 형태로 강제하는 것은 공익활동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4만원의 공익회비는 연간 16만원인 일반회비를 한꺼번에 25%나 인상한 것이라며 격앙했다. 이래서 집행부가 ‘회비 폭탄’을 퍼 분다는 회원들의 비아냥도 나왔다. 

 
회비는 회원의 지도와 관리, 교육 등에 사용됨으로써 결국은 회원 각자가 일정 부분 혜택을 받게 된다. 회원 모두의 복지를 위한 공동 비용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익회비는 세무사회가 강제로 징수해서 전액 공익재단 운영비로 넘어가는 일종의 특별회비이기 때문에 회원 수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日 최고재판소 “특별회비 회원 강제는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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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align="absMiddle" src="http://josetongsin.com/PEG/14500817663003.jpeg" width="680"></td></tr></tbody></table>이런 세무사회의 특별회비(공익회비)와 관련한 유사한 논쟁이 1996년 일본에서도 벌어졌으며, 우리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가 최종 판결로 종지부를 찍어준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세리사회가 ‘정치활동(입법로비)’을 하기 위해 의무화한 ‘특별회비’가 한국세무사회의 ‘공익활동’을 위해 회원들에게 의무화한 ‘공익회비’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 남규슈의 세리사회가 세무사법 개정을 하면서 정치헌금을 하기 위해 ‘특별회비’ 징수 결의를 하고 회원 당 5만원씩 징수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했다. 

 
그러자 A회원이 ‘특별회비 징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남규슈세리사회는 A회원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징계를 단행했다. 이에 A회원은 법원에 ‘특별회비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줄 것과 불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를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세리사회의 결의를 무효로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재판소는 “세리사회가 다수결의 방식에 의해 결정한 활동을 하고 회원은 이에 협력할 의무를 지지만 다수결에 의해 요청되는 회원들의 협력의무에도 자연히 한계가 존재 한다”며 “특별히 정당이나 그 외에 정치단체에 대해서 금원을 기부할지 말지에 대한 행동은 선거에 있어 투표의 자유와 관련된 중요 사안으로서, 회원 각자가 시민으로서 개인적인 정치적 사상 견해 판단 등에 기반 하여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금원을 기부하는 것은 선거에 있어 어떤 정당 또는 어떤 후보자를 지지하는 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세리사회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안에 있어서 다수결의 원리를 내세워 구성원의 협력을 의무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최고재판부는 “정치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회원으로부터 특별회비를 징수하는 것은 (일본)민법 제34조에 따른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세무사계 일각, 자발성 무시 강제한 ‘공익회비’ 폐지돼야

강남의 한 변호사는 “일본 세리사협회 사례처럼 공적 성격을 가진데다 가입이 강제된 단체가 다수결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입법로비나 정치활동은 물론이고 공익 측면의 기부활동을 하더라도 협회원 개개인의 자주적 판단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 내용을 접한 어느 세무사는 “세무사회장으로서 1만 회원에게 약속한 이사장직 이양조차 지켜지지 않는, 회원을 무시한 공익재단 운영행태에 실망 했다”면서 “회원 각자의 자발성을 무시하고 다수결이란 미명하에 강제한 ‘공익회비’ 징수는 당장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특별회비’ 무효 판결을 보면서 한국세무사회가 강제적으로 걷고 있는 ‘공익회비’에 대해 우리네 세무사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여 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국세무사회의 해묵은 복잡다기한 현안들이 이제야 한 꺼풀씩 민 낮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