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아직도 나무만 뵈고 숲은 안 뵈나”

세무사회, “아직도 나무만 뵈고 숲은 안 뵈나”: 공익재단 부진요인 엉뚱하게 분석…‘회원 분열 조장’
회원들의 현실 외면이 ‘결정타’-참여회원 9.34% 불과; 2014.04.14 12:15 입력

조세신문

“세무사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일부 달콤한 말에 도취
           '세무사회' 복지기관보다 조세전문가 집단 이미지가 중요

 
지난해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화려하게 출범한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이 벌써부터 삐거덕 소리를 내고 있다. 정기 후원회원 20만 명에 연간 재원 염출 120억이라는 거대한 꿈이 물거품이 될 조짐이다. 결론해서 이 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냉기(冷氣)가 이런 결과를 가져 온 것 같다. 
 
세무사회가 발행하는 ‘세무사신문’ 최근호에 따르면 그 실적이 참담하다. 회원들의 ‘외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2014년 3월 31일 기준, 세무사 회원 955명이 후원회원 5천603명을 모집했다. 후원회원 모집에 참여한 회원 수는 전체 1만222명(개업회원 기준) 중 9.34%에 불과한 955명에 그친 것이다. 

 
세무사회는 작년 공익재단 출범에 맞춰 회원 1인당 후원자 20명 모집을 목표로 삼은바 있다. 하지만 20명 이상 모집한 회원 수는 112명에 불과했다. 10명이상 20명 미만 모집한 회원 수는 136명, 5명이상 10명 미만 모집한 회원은 198명이다. 50명이상 모집한 회원은 정구정 회장(376명)을 포함에 17명뿐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집행부측의 반응이 더욱 가관이다. 임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 보이고 있다. 

점입가경이라고 이런 결과를 엉뚱한 논리로 분석(?), 일부 지방세무사회에 화살을 돌리는 등 회원들의 분열을 조장시키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세무사신문 최근호에 게재된 내용을 보자. 

 
“…예상보다 저조한 수치가 나온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선 지방회별 참여율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두 곳은 서울과 중부 다. 중부는 8.55%로 전체 평균과 비슷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 6.34%로 평균과 차이를 나타낸다. 특히 대구지방회의 참여율(19.54%)과 비교한다면 서울의 참여율이 얼마나 낮은지 쉽게 판단 가능하다…” 

 
공익재단의 지지부진한 요인이 두 지방회의 비협조에서 비롯된 양 몰아가고 있다. 세무사들은 이에 대해 “오히려 집행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세무사회 집행부가 애당초부터 세무사계가 처한 현실을 너무 몰랐다면서 뒤늦은 힐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거래업체 수임료 체불이 심각한데다 휴․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정작 회원들의 신음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세무사회 집행부는 이번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 저지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에 고무된 나머지 회원들의 밑바닥 정서를 감지하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 “공익재단을 기점으로 세무사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단체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일각의 달콤한 말에 너무 도취했던 것 같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이치와 같다.

 
정 회장도 공익재단 설립에 너무나 연연했던 때문인지 이런 실정을 너무 간과했던 것 같다. 
 
수임업체나 주변의 지인들에게까지 재단 후원을 권유한다는 것은 명분도 없으려니와 세무사 위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원들의 속마음을 읽었어야 했다. 

 
회원들의 경제 사정이 이렇듯 어려운 현실을 세무사회가 너무 외면한다는 불만의 소리에도 귀를 열었어야 했다. 참 이해 못 할 세무사회 집행부라는 소리를 그들만 못 들은 셈이다.

 
지난해 세무사회공익재단 출범식은 꾀나 요란했다. 세무사회측은 이 자리에 정부 고위관계자와 정당대표 그리고 국회의원과 언론계 등 주요내빈이 참석했다며 분위기를 띠웠다. 외치(外侈)에도 필요 이상의 신경을 썼다. 
 
출범식 행사도 자체회관이 아닌 반포동 소재 ‘센트럴시티’ 대회의장을 빌려 성대히 치뤘다. 식장 임대료 등 행사준비에만 억대가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이벤트였다. 이 비용은 물론 회원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세무사회 예산에서 지출됐다. 

 
정구정 회장은 회원들의 저조한 참여율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 심정을 이해하기에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 뒷말은 참으로 씁쓸했다. 

 
정 회장은 “회원들의 공익재단 참여율이 계속 낮을 경우 굳이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 공익재단을 끌고 갈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금년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에게 공익재단 진로를 묻겠다”고 했다. 

 
마치 회원들의 여론에 밀려 공익재단 설립을 마지못해 추진한 양 주체(主體)와 객체(客體)를 뒤바꿔 놓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었다. 변화무쌍한 정 회장이 앞으로 어떤 카드로 대응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세무사회는 여느 복지기관이 아닌 조세전문가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우선이라는 회원들의 여망에 귀를 기우려야한다. 이것이 세무사회가 지향해 나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