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영세 납세자’ 챙기려다 ‘성실 납세자’ 놓친다

[취재수첩]‘영세 납세자’ 챙기려다 ‘성실 납세자’ 놓친다: 국세청, ‘우려 반 의심 반’으로 제도 만드나; 2014.02.13 16:18 입력 | 2014.02.14 10:36 수정

한효정 취재부장 snap1125@han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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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납세자들에게 무료로 세무대리인을 지원해주는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가 내달 3일부터 시행된다.
 세무대리인 선임 없이 청구세액 1000만원 미만의 불복청구를 제기하는 납세자 중 재산이 3억원 미만인 경우 국선 세무대리인(세무사, 회계사, 변호사)의 지원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 국세청이 밝힌 제도 취지다.
 언뜻 봐서 제도의 취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실제로 영세납세자의 경우 경제적 사정으로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해 소액 불복청구의 인용률이 낮은 편이다.
 국세청은 이 제도 운용을 위해 총 국선 세무대리인 237명을 위촉, 이들 세무대리인 1명이 연간 처리할 불복청구 건수는 약 4건 이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헌데 국세청에는 이 제도와 거의 흡사한 '영세납세자지원단' 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영세납세자지원단' 은 2009년 국세청이 경제적 능력부족으로 인해 세무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영세납세자의 세금고충 해결을 위해 출범시킨 제도.
 지원대상도 거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영세지원납세단 역시 예상고지세액 또는 청구세액이 1천만원 미만의 세무대리인이 없는 개인납세자가 그 대상이다. 현재 전국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아래 설치·운영 중이다.
 2009년 출범 당시 이병렬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 과장은 “영세납세자 지원단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세금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는 영세납세자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인만큼 납세서비스에 큰 획을 긋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 5년을 맞은 지원단의 실적은 어떨까?
 국세청은 출범 초반 당시, 지원단 전체 실적 건수만 공개할 뿐 지원단 구성규모, 지방청 및 각 지역세무사회 실적 등 핵심적인 알맹이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도 지원단 운영에 대한 자체평가만을 통해 “납세지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막연한 대답만 하고 있는 것.
 취재 과정에서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상 지원단 처리업무가 통상 세무관서에서 그동안 내부 직원만으로도 처리해 왔던 업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영세지원단의 이름을 걸고 수행한 업무효율성이 출범 당시 기대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 이번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가 기존 영세납세자지원단 제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은 국세청도 알고 있었다”며 “기존 영세납세지원단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이번 국선대리인 제도의 경우 제도정착을 위해 국세청이 좀 더 신중하게 운영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모 세무사는 “본인이 영세납세지원단으로써 활동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싶은 이들이 많을텐데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발표가 없다”며 “지원단 활동에 적극적인 세무사들 일부만을 운용할 뿐 지원단 취지에 맞는 체계적인 운용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영세납세단 지원이 세무사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아닌 대부분 국세청에 근무하다 퇴직한 퇴직공무원들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납세지원단으로 활동중인 세무사들이 각 지역협의회장이나 세무서와의 유대관계로 부담감으로 인한 자발적이 아닌 타발적으로 활동하며 업무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는 “이번 제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운영될는지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지원단 제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제대로 된 운용안을 가지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시간과 비용만 잡아먹는 옥상옥으로 전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구노력을 통한 개선책 마련보다는 늘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꿈꾸는 국세청.
 국세청이 ‘영세 납세자’ 구제를 통한 이미지 쇄신만 바라보다, 진짜 ‘성실 납세자’들은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래본다.